이제, in vivo 대신 in silico or in organoid?
- Jaemin Cho
- Jan 20, 2023
- 3 min read
언젠가는 인간 시스템의 반응을 다른 동물의 실험을 통하지 않고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난한 발상 같지만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을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인간 게놈의 완성을 시작으로 비롯된 오믹스 열기는 인간 시스템의 구조적 바탕을 알파벳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알파벳 조합에 따라 시스템 작동의 새로운 의미를 지닌 단어가 계속해서 발견되는 것이다. In silico/in organoid란 단어에서 인간 시스템의 일부를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동물 in vivo의 시대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연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동물 실험을 최소화하는 법안(Reducing Animal Testing Act)에 서명했다는 뉴스는 발상과 연구 단계를 넘어 일부 대체가 가능한 시대를 적극적으로 열고자 하는 큰 물줄기로 내게 다가왔다.
동물 in vivo 실험의 약 70%가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임상을 통해 직접 인간에게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전 반드시 동물의 반응을 먼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약물 개발의 패러다임은 거의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시대를 우리는 성공적인 성과지표로 잘 실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FDA에서 승인된 약물의 수적 증감을 보면 최근으로 갈수록 더 많은 약물이 탄생하고 있다. 더욱 폭넓은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약물 개발이 ‘증가’할수록 동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희생’하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이번에 서명된 <Reducing Animal Testing Act> 법안은 그동안 ‘필수요건 (required component)’이었던 동물실험을 독성을 분석하는 데 다른 형태의 실험으로도 대체가 가능하게 해준 법이다. 약물의 제조사(manufacturers)나 스폰서(sponsors)가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조사할 때 반드시 동물실험을 거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동물 in vivo 실험에서 개체 또는 장기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반응을 보고 인체에 미칠 독성을 판단할 때는 최소한의 개체수는 얼마이며, 조사해야 할 약물의 농도는 어느 범위를 포함해야 하며, 약물의 특성에 따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사항들 등을 면밀하게 설계하고 조사해나간다. 동물 한 개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약물에 대한 생명체의 전반적인 반응 값을 보여주기 때문에 동물실험이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하게 수행되어왔다. in vivo 상태를 가정할 방법이 없다면 이는 필수요건이 아니더라도 동물실험을 그대로 진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은 in vivo 상태를 가정할 수 있는 어떤 형태로 진화해 갈 것이다. 이번 법안의 서명은 in vitro의 어떤 조합이 in vivo를 가정할 수도 있는 과학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in silico 실험은 컴퓨터 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통해 수행되는 실험이다. 의학 분야의 in silico 연구는 값비싼 실험실 작업과 임상 시험의 필요성을 줄이면서 신약물의 발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단백질 도킹 알고리즘 EADock (Protein-ligand docking)은 암 활동과 관련된 효소에 대한 잠재적 억제제를 발견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들 분자의 50%는 in vitro 실험에서 활성 억제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과 농도에 따른 메커니즘, 약물과 생물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 유효성이 정점에 이르는 일련의 단계들에 대한 이해가 쌓일수록 in silico 실험이 동물실험을 줄이거나 대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in vitro에서 3차원적으로 만들어진 실제보다 작고 단순한 형태의 장기를 말한다.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질병과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질병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 가능한 치료법을 식별할 수 있도록 인간 질병의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치료를 위한 실험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 궤양성 대장염 (ulcerative colitis) 환자에게 오가노이드를 임상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를 보면, 아무래도 동물실험을 통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하기보다 인간 질병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서 더 직접적인 실험방법을 찾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입법 과정은 여러 단계로 구성되며 하원, 상원의 투표를 거치기 전에 그 법안에 관한 공부(검토)를 위한 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 검토가 끝나면 하원에서 토론, 수정, 투표 절차를 거쳐 상원으로 전달되고, 상원에서 다시 수정 또는 승인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승인된 법안은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법제화된다. 규제, 금지, 승인이 입법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번 법안은 규제 완화에 해당한다. 이번 법안의 서명을 보면서 느낍니다. 실험동물의 ‘희생’을 더 이상 당연시하지 않고도, 이제, 우리 선한 과학의 물결을 잘 만들어가야겠지요. 잔잔한 수면 위로 돌은 던져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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