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률 (Prevalence)
- Jaemin Cho
- May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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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어떤 질병의 유병률을 조사하면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우선 유병률에 대한 통계 자료가 나와 있지 않아서 대상 질병에 대한 참조 논문을 종합해서 대강의 유병률을 추산해 보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찾아본 논문들에서는 대부분 연간 발병 건수만 나와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찾기란 어려웠다. 그 질병은 단기간 치료로 완치되는 병종이 아니었기에 연간 발생률(Incidence)보다는 전체적인 유병률(Prevalence)이 더 유익한 자료일 수 있다. 아무튼 통계 자료가 없다 보니 한두 논문에 게재된 정보를 계속 인용하고 있어 좀 더 유익한 실질적인 유병률을 얻고자 하는 욕심에 나름대로 관련 자료를 계속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료는 중복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찾고자 하는 질병은 사실 암과 같은 중요 질병은 아니었기에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 기관의 통계 자료에서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찾을 수 있었던 자료는 연구 주제와 관련된 부분적인 역학 조사 내용이 대부분이라 전반적인 수치를 추정하기란 어려웠다.
그럼, FDA는 어떻게 안내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개발 중인 약물이 FDA로부터 희소 질병을 치료, 예방 또는 진단하는 약물로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유병 인구 200,000명을 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유병 인구를 가진 질병의 경우, 유병률의 계산은 더욱 객관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FDA Webinar 자료(Recommended Tips for Creating an Orphan Drug Designation Application)에 참조할 만한 내용이 실려있다. 유병률을 사용할 수 없고 질병이 본질적으로 만성인 경우 스폰서는 발생률 수치에 평균 질병 기간을 곱한 값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FDA 권고 계산법에 동의하면서 유병률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risk-based drug development’라는 슬로건이 괜한 말이 아니라면, 신약 개발의 전략적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유병률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신약 개발 계획에서 미래 시장 분석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당연하게 포함되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그런 분석의 시작은 유병률에 기초한 미래 환자 수를 적어도 시장 출시 후 10년까지 계산하여 미래 시장 규모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때 이 계산의 정확성은 유병률이 어떤 변화를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FDA가 희소 질병을 치료(편의상 예방, 진단은 생략)하는 약물을 정의하는 또 다른 하나는 약물이 승인되고 나서 7년 이내 개발 비용을 넘어서는 이윤을 창출하기 힘든 규모의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두 가지 기준을 연결해서 생각하면 대상 환자 수 200,000명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했을 때 손익분기점이 7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200,000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해서 나왔을지 더욱 관심이 생긴다. 그냥 나온 수치는 아닐 것이기에 분명 그 생성 역사는 있겠고, 다만 나 자신이 규정에 나오는 한 수치로만 여겼을 뿐이다. 사실 규정 관련 업무 서비스를 하면서 기준을 찾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치를 기계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소위 관행이지만, 이제라도 배경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한 수치로 나타나는 유병률만으로도 신약 개발의 향후 서사를 나름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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